1. 《해가 하루 종일 그네에만 있는 날》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목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일상과 그 순수함이 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흥미로워서 하나씩 적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교육학적인 언급을 하기보다는 그냥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만을 적고 싶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들의 유년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6학년인 여학생이 2학년 때 일기에 적은 날씨가 ‘해가 그네에만 있는 날’이었습니다. 여기에 하루 종일이란 말을 넣어서 책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그 여학생에게 왜 해가 그네에만 있다고 적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 옛날 일을 자신이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아이도 역시 유년이라는 세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운동장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길게 매달린 그네였는데 아마도 종일 그네만 타며 놀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적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모든 아이들의 하루가 길고 길어서 오랫동안 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고 싶었습니다.
2. 책에 나온 에피소드 중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별 1’입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수시로 학교를 찾아옵니다. 물론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요. 그러나 몇몇은 졸업하지 못하고 중간에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혜성이라는 여학생이 전학을 가면서 펑펑 울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그 아이의 슬픔은 절대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또 3학년 여학생이 전학을 갔는데 같은 반 남학생이 선생님 품에 안겨 울었고 다른 여학생은 집에 돌아가서야 엄마의 품에 안겨 울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전학을 결정하는 부모님들도 많은 생각이 있었겠지만 떠나는 아이들이나 떠나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들의 결정이 야속할 때가 많습니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별은 모든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도 마찬가지이고요.
3. 아쉽게 책에 싣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금년에 졸업한 남학생의 이야기입니다. 2학년 말에 우리 학교로 전학 왔는데 학년이 올라가도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당당해서 걱정하는 저나 담임선생님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 주던 학생이었습니다. 알림장에 ‘과자파티’를 ‘고자파티’로 적어 여선생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전교 회의나 여행학교를 떠나기 전 전교생이 모여 사전학습을 할 때에는 말이 많아 매번 벌을 받고, 한눈팔고 있다가 남이 한 질문을 되풀이해서 꾸중을 듣는 등 정말 못 말리는 아이였습니다. 말도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해서 선생님들께서 다시 정리해서 말하도록 훈련을 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느질을 좋아해서 바느질 시간에는 진지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언제나 웃는 얼굴에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미워할 수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그 학생에 대한 글을 모 잡지에 발표했는데 가족 중의 한 분이 이의를 제기하셔서 싣지 못했습니다. 아마 좋지 않은 점만 부각되었다는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4. 이 책만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또,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어떤 교육적인 논리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저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나면 사진을 찍고, 메모하고, 메모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꾸며 쓰는 일이 없도록 초고가 완성되면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주변의 아이들에게 글로 쓴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또 자칫 학교의 홍보가 되는 글이 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기도 했지만 독자들의 판단이 어떠할지는 모르겠습니다.
5.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해가 하루 종일 그네에만 있는 날》에 대해 알고 있나요? 책에 실린 이야기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1차 교정본을 받았을 때 그것을 복사해 선생님들께서 일일이 확인해 주셨습니다. 완성된 책이 왔을 때 모두 기뻐해 주셨고 그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제일 먼저 한 권씩 드렸습니다. 가장 걱정되었던 일은 글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전학 온 아이들, 저와 함께 하는 수업이 적은 저학년들, 그리고 유난히 조용한 아이들은 언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혹시 또 책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때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하겠다는 말로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실망스러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아이들의 반응은 특이했습니다. 많이 기뻐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는 달리 의외로 조용했고 마치 어떤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읽은 듯 저에게 도란도란 그 내용을 들려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움은 감추지 못했고 저에게 부쩍 더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에는 작으나마 고마운 마음도 들어있었습니다.
목차에 친구들이 적은 날씨가 나온 것을 보았는지 각자의 상자(일기)에 적히는 날씨 표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목차에 나온 것과 비슷해졌습니다. 모두들 책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며, 말을 엉망으로 하는 혜민 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들이 다시 이 책을 읽으며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감정일지 사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6. 저자님은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영화,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위대한 개츠비》나 《연금술사》, 그리고 헤르만 헷세의 작품 등 한 번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편입니다. 독일 작가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소설은 딸에게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서머셋 모엄의 《달과 육 펜스》도 좋아하는 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는 소설인데 작가가 군국주의로 돌아가자며 스스로 할복자살한 극우 인사였던 터라 쉽게 남에게 추천하지는 못합니다. 영화는 장 루이 트랭티냥과 로미 슈나이더가 주연인 프랑스 영화 〈Le Train(기차)〉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옛날 영화이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안타까워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가요나 클래식이나 옛날 팝송 등 가리지 않고 듣습니다. 딱히 꼽자면 비발디 음악을 제일 즐겨 듣습니다. 저의 차는 일단 시동을 걸면 바로 음악이 나옵니다. 곤충 박사 강민이는 케텔비의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라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7.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아이들과 놀아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모님들 선생님들 누구든 모두 아이들과 놀아 주면 좋겠습니다. 잠시 아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어른들과 함께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즐거움이고 공부인지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많이 안아 주라는 부탁도 하고 싶습니다. 1학년이나 6학년이나 품에 안아 주면 그들은 더 순진한 아이가 됩니다. 어색하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사랑을 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8. 앞으로도 지오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나의 정성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오래된 버릇이라 아직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메모하곤 하지만 책을 엮을 만큼 많은 이야기를 모으기에는 너무 빨리 흘러가는 나의 시간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