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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에서 역사의 의미란?│ 출처: Pexels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국사’ 과목이 필수 영역이 된 지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에 대한 찬반논의가 끊이질 않았는데요. 찬성하는 쪽은 ‘의무감으로 인한 청소년 역사의식의 향상’을, 반대하는 쪽은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되레 역사의식 퇴보 우려’를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가 정책으로 시행할 만큼 ‘역사의식’은 우리에게 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데요. 현시대에서 ‘역사’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대학지성’의 〈역사와 역사의식-왜 역사인가?〉에서는 역사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삶과 무관한 일련의 사건의 역사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자기의식에 관계하여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의미의 지평이다.”
‘삶의 무관한 사건’이 아닌 ‘자기의식에 관계’된 역사, 이 인식의 부재가 현시대 역사의 위치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다량의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없었던 과거에는 역사 기록을 위해선 직접 현장에 가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현시대에선 그들이 기록해 놓은 정보들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손쉽게 습득할 수 있기에 현장에 갈 필요성이 옅어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 역사와 여행의 관계성 또한 다시금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여행의 목적은 장소에 대한 역사적 의미보다 그 장소의 풍경, 즉 개인의 이미지적인 성취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판할 지점이라기보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정보를 현장에서 얻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와 여행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답사’와 같은 단어만 봐도 알 수 있죠. 답사의 한자를 풀어보면 ‘밟을 답’에 ‘사실할 사’입니다. 현장(사실)을 직접 발로 밟고, 눈에 담는 등 오감으로 정보를 기록한다는 의미이죠. 다량의 기록을 각종 정보 창구를 통해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현재에서 ‘직접 밟는다는’ 답사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답사가 키워내는 인간형〉에서 역사문화학 장지연 교수는 답사에 대해 “답사지를 선정하고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유물과 유적을 공부”하는 진행을 강조하고, “역사를 향유하는 여행의 형태”를 배운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답사’란 단순히 역사적 현장에 간다는 의미를 넘어, ‘역사적 현장과 자신을 맞닿게 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까지 포함되는 것입니다.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현시대에 필요한 역사 서적이자 여행 에세이입니다. 저자의 역사적 지식과 직접 걸으며 담은 현장성이 버무려진 해당 책은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 코스 사이사이의 국내 문화유적지를 탐사합니다. 각 유적지의 역사적 정보는 물론, 현재의 보존 상태, 저자가 느끼는 현장의 감각 등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온 저자는 쉬는 동안 걷기 운동을 시작하고, 남는 시간에는 역사 서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우연의 연속이 저자가 ‘답사’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며,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 탐사의 도전으로 이어지는데요. 저자 또한 답사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특히 역사의 순간과 고비마다 우리 민족과 함께했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9페이지)
그렇다면, 저자가 탐사한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엔 어떠한 역사적 순간과 고비가 있었을까요?
먼저 해파랑길 코스입니다. 저자는 총 50코스로 이루어진 해파랑길을 걸으며 각종 문화유산을 직접 눈에 담고, 의미를 곱씹으며 현장감을 만끽합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해파랑길 1코스가 있습니다. 해파랑길 1코스는 부산 구간 중 하나로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2호인 ‘오륙도’에서 시작합니다. 그 후 누리마루를 건너, 해운대 백사장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 담겨 있습니다. 해당 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해운대’의 유래입니다.
해변 명소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해운대, 이곳의 유래를 다들 알고 계신가요? 해운대의 역사는 신라 말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에 머물다 귀국하여 동백섬에 자신의 호인 ‘해운(海雲)’이라는 글을 새겼던 일화로 탄생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이지만, 이러한 최치원 선생의 공로가 해당 지역을 더 깊이 향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제주 올레길 또한 해파랑길에 뒤지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데요. 특히 제주 올레길 11코스에는 정약현의 딸인 정난주의 묘에 담긴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정난주의 묘와 함께 모슬봉 북쪽 공원묘원의 풍경은 저자가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더 깊이 있게 그려집니다. 또한 해당 코스 서두에서 저자의 아버님의 일화와도 엮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자만의 ‘모슬포 역사’가 완성됩니다.
결국,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정보 자체가 아닌, 그 정보가 저자의 행보와 시선이 얽혔을 때의 효과입니다. 이미 있는 역사적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그 정보가 한 개인의 걸음과 사유로 다시금 그려지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역사로 재탄생하게 되는 순간 말이죠. 이처럼 역사와 답사, 이 둘의 관계 가치를 몸소 보여 준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
이 책의 출판사 서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적 지식과 직접 겪은 현장성이 결합된 도보 답사기
해파랑길부터 제주 올레길까지!
현재 우리는 꽉 찬 아카이브(정보 창고)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역사에 대한 기행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 번의 검색으로도 넘치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가 굳이 역사 현장에 갈 이유는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경험이 역사 정보 습득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권숙찬 저자의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은 이 질문을 몸소 공유한다. 저자의 역사적 지식과 직접 답사한 현장성이 결합된 해당 책은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 사이사이의 문화 유적지에 대한 역사적 정보는 물론 현장성, 즉 저자가 직접 확인한 각 유적지의 현재 보존 상태와 주변의 정취를 함께 담아냈다.
건강에 이상이 온 저자는 휴직과 함께 수술을 하게 된다. 쉬는 동안 걷기 운동을 시작하고, 남는 시간에는 역사 서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우연적 흐름이 저자가 ‘걷기’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며, 정년퇴직하던 해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하게 된다. 이후 2017년 봄에는 제주 올레길로 나서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의욕은 앞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의 순간과 고비마다 우리 민족과 함께했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9페이지)
이처럼 해당 책의 핵심은 역사적 순간이 담긴 문화유산 답사이다. 「해파랑길 1코스」에서는 신라 말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의 삶이 녹여진 ‘해운대’의 유래를 기술하고, 「제주 올레길 1코스」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관광 명소 성산일출봉의 역사(일본 해군 자살 특공 기지였다는 사실)를 짚어 내며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 준다. 또한, 심곡마을 동네 어귀에서 대파 모종을 심고 있던 어르신들과 나눈 짧은 대화나 중간중간 답사지를 통한 저자의 개인적인 회상들이 독자를 그 현장에 초대하여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생동감을 더해 주고 있다.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은 이렇게 각 답사지에 담긴 역사적 진실과 그 진실에 대한 저자의 사유, 나아가 저자가 그곳에서 본 현장의 풍경들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역사 기술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 정보 습득에서 ‘현장성’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보로써 얻는 역사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담고 온몸으로 겪는 역사는 다르다는 것을.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은 몸소 그 기행의 중요성을 알려 주고 있다.
해당 책을 이리 심각하게 서술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데요. 그저 저자가 다닌 여행지의 흐름을 따르며, 잠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러다 관심이 가는 문화유적지 혹은 명소가 있다면 글을 따라 직접 떠나 보는 것도 좋겠네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역사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요.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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