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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표 수치에 담기지 않는 피로의 원인은 피부와 조직에 쌓인 당독소일 수 있습니다. 식습관과 수면 등 오늘부터 실천하는 생활습관 변경으로 노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알아보세요.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갑상선 호르몬. 건강검진 결과지에 이런 항목들이 나란히 적히고 전부 '정상'이라는 글자가 찍혔지만 얼굴빛까지 늘 정상인 것은 아니다.

지난 가을, 47세 여성 환자의 검진표가 그랬다. 공복 혈당 92mg/dL, 당화혈색소 5.5%, 총콜레스테롤 178mg/dL, 간 수치와 갑상선 자극 호르몬까지 모두 정상 범위였다.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성적이었지만, 환자가 전한 이야기는 달랐다. 아무리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고, 얼굴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하고, 화장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피부에 쌓인 당독소량을 측정하는 피부 자가형광(SAF) 검사를 해 보니, 47세 평균을 한참 넘어선 60대 초반 수준의 누적값이 나왔다. 피는 멀쩡했지만 조직은 또래보다 10~15년이나 먼저 삭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간극이 생기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평균이라는 숫자는 개인차를 지운다. 당화혈색소가 같아도 하루 혈당이 오르내리는 폭은 사람마다 두세 배씩 다르고, 당독소는 평균보다 이 혈당 '스파이크'에 더 크게 반응한다. 둘째, 혈액검사는 지금 이 순간만 보여준다. 콜라겐처럼 반감기가 수년~수십 년인 단백질은 한 번 당화되면 자리를 지키는데, 혈액 수치는 며칠치 흐름밖에 담지 못한다. 셋째, 몸의 회복력은 애초에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항당화 효소, 미토콘드리아의 여유, 장내 미생물 같은 요소가 사람별 회복력을 가르지만, 표준 검진은 이 영역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다.
최종당화산물, 줄여서 당독소(AGEs)라 부르는 이 물질은 고기를 구울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과 같은 화학 반응의 산물이다. 다만 체온(36.5도)에서는 그 속도가 훨씬 느리다. 음식은 몇 분 만에 익지만, 몸속에서는 같은 반응이 5년, 50년에 걸쳐 진행된다. 포도당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초기 단계(이때 생기는 산물이 당화혈색소다)까지는 되돌릴 수 있지만, 이후 산화와 고리화를 거쳐 만들어지는 최종 산물은 조직에 박혀 다시는 분해되지 않는다. 녹슨 쇠를 다시 닦아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즘 노화 의학에서는 '생체 나이'라는 지표도 쓴다. 기존 방식이 '얼마나 늙어 왔는지'를 보는 주행거리계였다면, DunedinPACE라는 최신 지표는 '지금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를 보는 속도계에 가깝다. 1.0이면 1년에 1년치씩 늙는 평균 속도, 1.2면 가속 노화, 0.85면 10개월치만 늙는 저속 노화를 뜻한다. 이 수치가 0.1만 올라가도 7년 내 사망 위험과 만성질환 발생률이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보고가 쌓이고 있다.
텔로미어나 미토콘드리아 DNA는 마음대로 되돌릴 수 없지만, 당독소는 다르다. 조리법을 바꾸고 식후에 걷고 잠을 조금 더 자는 일처럼,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선택들이 당독소가 쌓이는 속도, 나아가 노화 속도계의 바늘까지 움직일 수 있다.

본 칼럼은 서기범 저자의 도서
≪당독소 혁명≫의
본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 책 소개
건강검진 '정상' 옆의 빈칸을 읽는 법
< 당독소 혁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