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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중에서 - 나의 육십 평생의 삶은 군인이 되기 전과 군인이 된 이후의 삶이 확연히 다르다. 군인이 되기 전의 삶은 늘 무언가 부족하고 불만스럽고 소극적이고 쫓기는 뜻한 삶이었다면 군인이 되고 난 이후의 삶은 적극적이고 의욕적이고 자신감이 충만 된 역동적인 삶이었다.
나는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공군 장교가 되었고 비록 무관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장군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영광을 누리는 지상 최고의 계급이라는 대령이 되었다.
이른바 천상의 계급이라는 별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았고 그 당시의 국방인력 정책과 제반 군사 상황 등 수많은 변수가 있어 그야말로 타고난 관운이 있어야 영광을 누리는 계급이라고 보여진다.
그래서 나는 대령 계급장을 별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드높은 긍지와 자부심 속에서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걸어왔다.
나의 모든 열정과 신명을 바쳐 힘차게 살아왔던 32년간의 군인의 삶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숙하고 성스러운 기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기간을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외도(外道)의 기간이었다고 기록했다.
그건 내가 태어나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군인의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외되고 피폐해진 우리 농촌을 일으켜 세울 농민 운동가나 우리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구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비는 언론인이 되는 꿈을 꾸어 왔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직업 군인이 되었고 내 청춘과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군대에서 보냈다. 그러나 난 이 길었던 32년간의 외도(外道)를 한 번도 거부하거나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었고 정도(正道) 이상의 가치를 지닌 나의 자존(自尊)이요, 자부심(自負心)이요, 일생일대의 영광(榮光)이고 자랑이기 때문이다.
내 아직 칠십 종심(從心)을 논하기는 너무 이른 나이지만 60대 이후의 삶을 거의 성인처럼 살았다는 논어(論語) 속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는 공자님 말씀에 공감하면서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말과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라도 토로하고자 한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남은 이야기도 마저 하고 싶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욕심이라 생각하고 여생을 내 좋은 벗들과 더불어 장자(莊子)의 나비 꿈처럼 유유자적(悠悠自適)한 노후를 즐기다가 귀천(歸天) 하고 싶다는 소망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