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글) 진혁일
인물 상세 정보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저서로는 『알렉산더형 인간』이 있다.
상담 가능 시간
평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점심 시간 12 ~ 1시 제외)
주말, 공휴일은 이메일로 문의부탁드립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진혁일의 『죽은 시인의 사회』. 프로이드와 융의 심리학이 모아진, 천사와 악마의 내면을 노래한 시 99편을 수록한 자기 계발 시집이다. 저자가 2011년 출간한 동서양 철학과 심리학이 어우러진 모더니즘 자기계발서 <알렉산더형 인간>(보민출판사)의 운문 버전이다. 아름다운 희망과 사랑의 노래, 절망과 증오의 노래로 가득하다. 자아를 실현하는데 있어 희망과 사랑, 절망과 증오가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심리학 및 각종 정신질환, 이상심리 등을 아흔 아홉 편의 시에 담은 자기 계발 시집.『알렉산더형 인간』의 운문 버전으로 자아를 실현하는데 있어 희망과 사랑, 절망과 증오가 얼마나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하는지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책 속으로
<악마의 꽃 - 콤플렉스>
무덤가에 피어오른 꽃
죽은 정령들을 초혼한다는
악마의 꽃
노스트라다무스에 의하면
그의 경전을
세 번 뒤집어
앞으로 일곱 장, 뒤로 세 장
다시 두 번 뒤집어
여덟 장을 넘기고 나면
동물의 피로 그려진
악마의 꽃이
빨갛게 미소 짓고 있다고 한다.
마녀 사냥으로
죽어 문드러진 문둥이 처녀의 저주가
구슬피 담겨 있는 꽃
죽은 정령들을 초혼한다는
악마의 꽃
그 악마의 꽃을 꺾은 자는
47세 때 인류의 적그리스도가 되어
온 세상을 공포와 파멸로 몰고 갈지어다.
<명기보전 - 학대음란증>
천하의 명기 달기
파멸 앞에서도
색정이 마르지 않았다는
전설의 여인.
『봉신방(封神榜)』에 따르면
그녀의 성기는
진시황의 아방궁처럼
특수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고 한다.
발가벗은 근육질의 죄수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인두에 살갗이 타들어갈 때
대방망이만한 남근이
전갈의 독침에 쏘여 불끈하고 솟아오를 때
음탕한 미꾸라지들이
정숙한 일색의 음부 속으로 앞다투어 파고 들어갈 때
그녀의 꽃잎은
벌꿀을 잔득 머금은 아카시아처럼
절정의 생명력으로 꽉 조였다고 한다.
천하의 명기 달기
파멸 앞에서도
색정이 마르지 않았다는
전설의 여인.
그녀의 사후
그녀의 명기보전은
궁중에 암암리에 보급돼
세상을 피로 물들인 희대의 악녀들의 색정을 활활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무녀도 - 여섯 번째 강의>
소녀가 매일 밤 왜 무녀를 그리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녀가 매일 밤 왜 두 팔을 벌리고 춤을 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구로부터 약 50,000 광년 떨어진 곳
중력을 견디지 못해
이드 속으로 분열돼버린 우주의 눈
맥동하듯 자전하는 별
펄서
매일 밤 무녀의 눈에 펄서의 증오가 빙의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신성
마그네타
지구에서 약 50만조 km 떨어진 헤일로의 속
자력에 붕괴돼 과거 속으로 퇴행해버린 림보의 천체
매일 밤 무녀가 왜 자해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악마의 별
데들리스트 바디
늦은 봄부터 소녀의 눈에도 무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떤 슬픔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어떤 슬픔은
평생 우리 가슴에 남아
별을 바라보게 한다.
어떤 슬픔은
평생 우리 마음에 남아
바다를 사랑하게 하고
어떤 슬픔은
평생 우리 영혼에 남아
겨울을 그리워하게 한다.
왜 작지만 소멸하지 않는 별은
인생을 사랑했던 연인들의 마음에만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걸까.
파도 위를 날아오르는 갈매기 한 마리
한때는 나도 저 방황하는 갈매기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네.
꺼질 듯 꺼질 듯 희미하지만
지친 마음 이겨내고.
때론 작은 혈흔 한 방울에도
나는 상처를 입지.
인생은 세월의 풍랑을 따라
찢어진 흑백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거니깐.
그렇지만
차가운 바다에 스며드는 겨울 눈꽃처럼
슬픔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기에
나는 오늘도 바라노라.
희미한 별을 따라
빨갛게 틔워 오는
새벽하늘의 일부가 되기를.
<인간의 굴레에서>
샛별이 한줄기 마지막 빛을 끝으로 소멸하는 날
죽은 시인들은
지나온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하는 대신
인간의 굴레에서 부대껴온 그들의 슬픈 생애를 노래한다.
생명의 마지막 등불 앞에서
그들은 이제 늙은 시인의 눈으로 과거를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