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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민수기를 정리하며 느낀 점을 몇 가지 적고 싶다. 도피성, 40년 광야유랑,
고난을 통한 연단에 대한 것이다. 끝에 우장산 산책에 대한 소감을 첨가한
다(이 부분은 원고를 마감하고 난 2년 후에 교정을 볼 무렵의 글이다).

1. 도피성과 인생

하나님께서 도피성을 마련하게 하셔서 실수로 살인한 자가 그곳에 피하
여 살아갈 수 있도록 하셨다. 고의로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그런 자가
비록 도피성에 들어갔을지라도 끌어내어 재판하고 사형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것에는 영적인 의미가 있다. 인간은 마귀의 유혹으로 타락했으므로 실
수로 살인한 자와 같다. 그래서 도피성에 피하여 살 수 있듯이 그리스도의
은혜에 들어가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구주 예수님의 품으로 피하
면 구원을 받고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귀는 의도적으로
하나님처럼 높아지려고 시도했으므로 용서함이 없고 잡혀서 불못에 던져
지게 된다. 그는 고의적으로 살인한 자와 같기 때문이다.
고의로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고 도전하는 자에게는 용서가 없고 형벌이
있을 뿐이다. 도피성인 하나님의 은혜에 들어오지 않는 자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지 못하여 멸망하고 만다. 피의 보수(報?)자가 따라오기 전에, 생애
가 끝나기 전에, 도피성인 주님의 은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2. 불순종과 40년 광야생활

민수기에는 약 40년간의 광야생활과 그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출애굽의
세대가 다 죽기까지 방랑한 것은 깊이 한 번 생각해 볼 부분이다. 그 주요
한 원인은 불순종이다.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의 남방 가데스 바네아에 있을 때 가나안 땅을
진입하고 정복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먼저 정탐꾼을 보내어 살피기를
요청하였다. 하나님은 기꺼이 허락하셨다. 그들은 열두 정탐꾼에게 조를 나
누어 40일간 가나안 전역을 살피게 하였다.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하고 모든 정탐꾼은 부정적인 보고를 하였다. 땅
이 견고하고 거민들이 장대하여 공격하다가 패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백성들은 그들의 말을 듣고 불평하였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잊었다. “왜 우
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냐? 그곳에서 죽는 것이 차라리 나았겠다.”라고 하면
서 대표를 뽑아 애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진노하여 전염병으로 죽이려고 하셨다. 모
세가 중재하므로 죽이지는 않으셨으나 그들 중 아무도 가나안 땅에 들어
갈 수 없도록 하셨다. 그들이 정탐한 40일을 연(年)으로 바꾸어 40년을 광
야에서 유리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하셨다. 그들 대신 20세 이하의 자식들
과 그 자손들만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도록 하셨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는 반드시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거역하므로 긴 세월 동안의 방랑으로 고통스럽게 살았던
것이다. 순종할 능력이 없다면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고, 명령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간구하여 방도를 취해야 한다. 원망과 불평하며 거역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대적들이 비록 강대할지라도 애굽에서 인도하시고 광야에서
이끄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도움을 청하며 믿음으로 진행해야 했다.
“못 간다. 어찌할꼬?” 하는 말 따위는 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믿음
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 고난에 대한 인내와 기도

광야의 여정이 즐거울 수가 있겠는가? 약속의 땅을 얻기 위해 지나가야
만 하는 길이다.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하다. 고기를 먹을 수 없으며 물도 부
족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만나를 내려서 굶주리지 않게 하시고 마실 물을
주셨다. 고기가 먹고 싶다면 불평하지 말고,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께 기도
하여 얻어야 했다. 목이 마르고 짐승에게 먹일 물이 없을 때라도 원망하지
말고,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께 간구하여 해결해야 했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더욱 굳센 믿음을 갖도록 연단하신다. 인내로 극
복해야 했다. 필요한 것과 문제는 기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환경과 여건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와 능력을 의지하여 뚫고 나가야 했다.
능력이 부족하면 기도하여 도움을 청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나그네와 행인 같지 않은가? 천성에 이르기까지 인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에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청하여 해결할 것이다. 하늘
을 소망하며 하나님과 그 능력을 믿으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인생은 다리
(bridge)와 같다. 그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스도의 은혜
를 힘입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갈 뿐이다. 고요히 천성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4. 산책 소감

<우장산 초여름 아침>
녹음 짙은 동산의 이른 아침
밤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니
신선한 바람에 꽃향기 그윽하고
산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 청아하네.

2012(2014)년 6월 초순
박 재 갑